♧ 無 心 亭 ♧

몸과 마음 모두 허깨비와 같읍니다.

無 心 2007. 7. 21. 11:40



        
        몸과 마음 모두 허깨비와 같습니다. 
       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
        손가락 틈새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
        내 몸은 순간 순간 허물어져 갑니다. 
       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
        흙으로 돌아갑니다. 
        윤이 나던 머리카락과 새하얀 이빨 
        길고 도톰하던 손톱과 발톱 모두 
        한 줌 흙으로 돌아갑니다. 
        보드랍던 피부와 쇠심줄 같던 근육 
        강건하기만 하던 튼튼한 뼈대도 
        한 줌 흙으로 돌아갑니다. 
       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
        물로 돌아갑니다. 
        행복에 겨워 흘리던 기쁨의 눈물도 
        슬픔에 겨워 흘리던 비탄의 콧물도 
       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. 
        맛있는 음식에 입 안 가득 고이던 침도 
        몸 안 곳곳을 부드럽게 적셔주던 진액도 
       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. 
        썩은 살에서 배어나던 피고름도 
        냄새나고 더러운 대변 소변도 
       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. 
       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
        한 순간 온기로 돌아갑니다. 
        고운 이를 쓰다듬던 그 손길의 따스함도 
        미운 이를 증오하던 그 분노의 열기도 
        한 순간의 온기로 돌아갑니다. 
       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
       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갑니다. 
        거칠 것 없이 휘저으며 걷던 씩씩한 몸짓도 
        고아한 자태로 눈길을 끌던 우아한 몸짓도 
       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갑니다. 
       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
        한 줌 흙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. 
        한 방울 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. 
        한 순간 온기로 돌아가고야 맙니다. 
       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. 
        그렇게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가고 난 뒤 
        나의 몸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? 
        내 몸이다하여 뻗대고 자랑하고 지키려 애쓰지만 
        내 마음은 강가 돌멩이에 낀 누런 때와 같습니다. 
        밝고 어둡고 아름답고 추한 빛깔의 강, 
       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. 
        고요하고 시끄럽고 솔깃하고 거슬리는 소리의 강, 
       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. 
        향기롭고 지독하고 풋풋하고 비린내 냄새의 강, 
       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. 
        달고 짜고 쓰고 매운 맛의 강, 
       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. 
        부드럽고 거칠고 차갑고 따스한 감촉의 강, 
       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. 
        이것과 저것, 옳고 그른 생각의 강, 
       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. 
        아름답고 추한 빛깔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. 
        솔깃하고 거슬리는 소리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. 
        향기롭고 지독한 냄새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. 
        달고 쓴 맛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. 
        부드럽고 거친 감촉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. 
        옳고 그른 생각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. 
        
        그렇게 온 곳으로 돌려보내고 난 뒤 
        나의 마음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? 
                           <원각경보안보살장>
        曲 : 김영동 범종