법구경서(法句經序)
담발게(曇鉢偈:法句經)에는 온갖 경전의 중요한 이치가 담겨져 있다.
담이란 법(法)이라는 뜻이고 발(鉢)이란 구(句)라는 뜻이다.
그런데 이 『법구경(法句經)』은 별도로 여러 부(部)가 존재하는데, 900게송으로 되어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혹은 700게송, 혹은 500게송으로 되어 있는 것도 있다. 게(偈)란 결론짓는 말이라는 뜻으로 시송(詩頌)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.
이 『법구경』은 부처님께서 보셨던 일들에 대한 기록이라서 어느 한 특정시기에 설해진 말씀이 아니므로 제각기 그 내용에 본말(本末)이 따로따로 되어 있으며, 여러 경전에 분포(分布)되어 있다.
일체지(一切智)이신 부처님의 성품은 매우 인자하시어 천하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셨기에 세상에 출현하셔서 도(道)의 이치를 열어 밝혀서 그것으로써 사람들을 깨우쳐 주셨는데 그 가르침은 모두 12부경(部經)으로 되어 있다.
그리고 그 요점을 총괄(總括)하여 특별히 몇 부(部)로 만들었으니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아난(阿難)이 전한 네 부(部)의 아함경(阿含經)이 그것이다.
이 경에 나오는 경전의 권수가 크건 작건 상관없이 모두 '이와 같이 들었다[聞知是]'는 말과, 설법한 장소 그리고 그 경을 설할 때 부처님께서 계셨던 곳 등을 일컬어 경의 서두를 장식해 왔는데 그 말이 내내 번창해 왔다.
그 뒤로 5부의 사문들이 각각 여러 경전들 중에 나오는 4구(句) 게송과 6구 게송을 초록하고 뜻에 맞추어 순서를 정하고 조목을 나누어 품(品)을 만들었는데
12부경에 대하여 어느것 하나 헤아려 참고하지[斟酌] 않은 것이 없었으므로 거기에 붙일 만한 적합한 이름이 없어서 이것을 법구(法句)라고 하였다.
모든 경전이 다 법언(法言)이 되니 법구란 법언이라는 말을 따른 것이다.
근세에 갈(葛)씨가 700게송을 전했는데 그 게송의 뜻이 심오하였다.
그런데 이것을 번역해 낸 사람이 자못 그 내용을 흐려놓았으니, 그것은 오직 부처님을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으며, 또한 그 글을 듣기도 어려웠기 때문이었다.
게다가 부처님께서 출현하신 곳은 천축(天竺)국이었으므로 천축국의 말과 한문화(漢文化)권의 말이 서로 다르며,
천축국에서는 자칭 천축의 글을 천서(天書)라 하고 그 나라 말을 천어(天語)라고 하였으니
이름과 사물이 서로 같지 않아 사실 그대로를 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.
다만 옛날
남조(藍調) 안후(安候) 세고(世高:安淸)와 도위(都尉) 불조(佛調:嚴佛調)가
진(秦)나라 말로 범어(梵語)를 번역한 것만이 진실로 그 체(體)를 얻었다 할 만한데
그것마저 오래도록 계승하기 어려웠다.
그 후에 전해진 것들도 비록 정밀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항상 그 보배를 귀하게 여겼으므로 대강이나마 큰 뜻은 갖추고 있었다.

처음에 유기난(維祇難)이 천축을 나와 황무(黃武) 3년(224)에 무창(武昌)으로 왔는데 복종(僕從:이 글을 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인 듯함)이 그에게서 이 500게송으로 된 책을 받아 가지고 그의 도반[同道]인 축장염(竺將焰:竺律焰)을 청해다가 번역하게 하였다.
장염이 비록 천축말을 잘하긴 했지만 한문(漢文)에 밝지 못해서 그가 전역한 말 중에 혹 범어를 만나면 혹은 뜻으로 풀어 번역하기도 하고 혹은 음을 그대로 쓰기도 하여 그 내용이 질박(質樸)하였다.
처음에 지겸(支謙)이 그(축율염)의 문장이 청아[雅]하지 못하다고 하자 유기난이 말하기를 “부처님의 말씀은 그 뜻을 중요하게 여기시고 수식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셨으며, 그 법만을 취하셨지 엄숙함을 원하시지 않으셨습니다.
그러니 경을 전역하는 자는 사람들로 하여금 알기 쉽게 해서 그 뜻을 잃지 않으면 그것이 최선입니다”라고 하자
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“노씨(老氏:老子)는 '아름다운 말은 믿음이 안 가고 믿을 만한 말은 아름답지 않다'고 하였고,
중니(仲尼:孔子)도 또한 '글로는 말의 의미를 다 전달할 수 없고, 말로는 마음을 다 전달할 수 없다'고 하였으니, 성인의 뜻을 밝히기에는 그 의미가 너무도 깊고 깊어서 다할 수 없으나 지금 전한 범어의 뜻은 진실로 경의 의미를 통달하기에 적절합니다”라고 하였다.
이 때문에 이 『법구경』 게송을 번역할 때에 번역하는 사람이 말하는 것을 받아 옮기고 본 뜻에 충실했을 뿐 문장을 수식하지 않았다.
번역한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빼고
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빠진 부분도 있고
애당초 전역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.
그러나
이 경은 비록 문장은 질박하지만 그 뜻은 심오하며, 문장은 축약되었으나 그 의미는 넓다.
경의 내용이 온갖 경전과 연관되어 있으나 장(章)마다 근본이 있고 구절마다 말의 의미가 명확하다.
천축에서는 처음 공부를 하는 사람이 법구경을 배우지 않으면 순서를 뛰어 넘었다고 말한다.
그러니 이 책이야 말로
처음 공부에 들어선 사람의 홍점(洪漸)이며, 공부에 깊이 들어간 사람에게는 오장(奧藏)이 되는 것이다.
몽매한 사람을 깨우쳐주고
의혹있는 사람을 분명하게 가려 밝혀 주며
사람을 인도하여 스스로 서게[自立]해 주는 것이니, 배움의 공(功)은 미미하지만 내포하고 있는 뜻은 광대하다.
그러니 이것이야말로 미묘한 요체라 할만하다.
옛날에 이 책을 전역(傳譯)할 때 잘 알지 못하고 지나간 것이 있었는데 마침 장염이 왔기에 다시 그에게 자문을 구하여
이 게송들을 받아 다시 13품을 더하고
아울러 옛것과 교열하였으므로 늘어난 것도 있고 바로잡아진 것도 있게 되었다.
그 품목을 정비하니 도합 1부(部) 39편(篇)에 게송이 모두 752장(章)이 수록되었다.
보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함께 널리 묻는 바이다.
출처;동국역경원
정리:daum 불교카페 sariza |